2012년 1월 7일,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OLYMPUS μ TOUGH-8010
지난 겨울, 절친한 선배와 검봉산에 올랐다. 기차가 들르던 강촌역과 전철이 오가는 강촌역 사이에 자리하며, 검봉이라고도 부른다. 수수한 산세에도 불구하고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조망 덕에 이름이 알려진 산이다.
시간 맞출 일 없이 올라탄 하행 전철 안에서는 쉬이 달라지는 세상을 이야기했지만, 볼수록 낯설어지는 강촌을 떠나올 때는 오히려 할 말이 없었다. 강촌에 처음 가 본 건 고교 2학년 겨울방학 때의 일이다. 불현듯 기차가 타고 싶었고, 성북역과 경춘선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학교 체육복 바지에 이랜드 잠바 차림으로 홀로 다녀왔었다. 강촌이란 낯선 곳을 그저 한 바퀴 돌아보며 '시골이구나' 생각한 것이 전부였던 당일치기 여행이지만, 추억으로 남았다.
학부생에게는 통과 의례였던 강촌행 MT와 '람보 민박', 그리고 강촌역 아래 라이브 까페 '윌'을 떠올려 본다. 그곳들이야 태생이 외지인들을 위한 공간이었으니 화려함을 쫓는 시류를 거스르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사진 속의 이발관처럼 강촌을 터전으로 삼아 온 이들의 자리조차 떠밀리는 모습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들도 다를 수 없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1
이발관도, 강가의 마을도 그 이름이 가엾다. 강촌, 자본의 입맛에 따라 이마저 RIVER TOWN류의 경박을 분칠하는 패착은 두고두고 없기를 바란다.
- 온통 분홍색 페인트로 칠해 놓은 모르타르 외벽이 촌스럽기도 하고 도발적이기도 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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