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에는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안승일님의 '불멸 혹은 황홀'전을 보고 왔다. 신문에서 본 인터뷰 기사가 필자를 이끌었다.
이제 그는 "더는 백두산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니냐고 묻자 말했다. "산 사진 잘 찍는 놈이요? 사진 재주가 아무리 좋다 한들 소용 없어요. 혼자 산에서 구덩이 파고 잘 수 있을 만큼 산과 가까우냐, 그게 관건이에요."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사진사인 세상이다. 하루 동안 몇 장의 사진이 만들어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대를 향해 던지는 '남다른 사진'에 대한 정의치곤 덤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공감한다. '그때, 그곳에 있는 이에게 주어지는 한 번의 기회'가 좋은 사진의 첫째 조건이라는 필자의 견해와 상통한다.
아라아트센터는 인사동에 자리한 여느 갤러리들과 달리 대작 전시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건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캔버스 인쇄와 어우러진 백두산의 면면에는 공간을 압도하는 힘이 가득하였다. 분단 상태이기에 더 뜻깊은 백두산 사진들 가운데에서도 가로 4.5m, 세로 16m 크기의 항공사진은 감상한다기보다 각인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어쩌다 이런 사진이 찍혔을까?'라고 찍은 이는 말했다. 기회를 만나고, 그것을 놓치지 않은 사진가의 겸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진집에는 3/4이나 잘린 채 실려 있다. 그만한 연유가 있겠으니, 받아 온 포스터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사진집 앞표지
사진집 뒷표지
전시장에 나와 계신 안승일님께 서명을 받았다. '삼각대'라고 알려 드리니 그 뜻을 물으시고는, 산 사진가로서의 당부를 남겨 주셨다.
뒷표지
안승일님께서 30쪽을 찾아 손수 붙여 주신 포스트잇.
사진 아래에 '동무들 삼각대 꼭 쓰시오. 무거울수록 좋소.'라고 새겨 있다.
얼어붙은 천지 위에서 때를 기다리는 사진가 안승일
이십 년을 백두산 품 안에서 지냈다고 한다. 드물게, '열정'이란 낱말 하나로는 헤아리기 어려운 이들을 보게 된다. '집념'을 더하면 그들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 산 사진가 안승일의 내력과 사진관이 소상히 쓰여져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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